운명을 바꾸는 노력
전용석
많은 이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막연한 희망을 담은 주문처럼 ‘열심히’ 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흔히들 습관적으로 하는 말처럼 그저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날인가 우연찮게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될까?
어느새 한 해가 가고 2007년이 새로이 시작되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행동과학이라 일컬어지는 NLP(신경언어 프로그래밍)에서는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늘 얻던 그대로를 얻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한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그저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될 거라는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노력이 우리 인생에 최고의 결실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초마다 사람들은 1년 목표를 세우고 나름 애를 쓰지만 많은 경우에 작심삼일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이라는 말도 있다. 노력하는 사람은 하늘이 내린 운명까지도 이겨낸다는 말이다. 더 나은 인생을 만들고자 모든 사람들이 그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겨우 작심삼일하고 있는 이 마당에 도대체 어떻게 노력해야만 운명까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일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한다. 우선 운명에 관해 난무하는 온갖 억측을 떠나 그 명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면 운명을 바꾸어 낼만한 노력이란 어떠한 것인지에 관해서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운명에 대해 정의 내리기 위해서는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였던 칼 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무의식을 의식화 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이라고 부른다.
- 칼 융(Carl Jung)
우리는 흔히 ‘무의식적으로’ 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한다. 여기서 무의식이라는 말은 ‘자동적인 반응’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그는 공이 날아오자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동적으로 일어난 반응에 의해 눈을 감았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크든 작든 삶에 있어서의 많은 일들이 이런 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 스스로 인생의 일들을 ‘선택’ 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너무나 많은 일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채 반응적으로 - 즉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 ‘화를 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의식)한다. 그러나 길을 가다 불시에 누군가와 부딪쳤을 때 ‘무의식적으로’ 화를 내게 된다. 또 직장에서 부하직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무의식적으로’ 화를 내게 된다. 우리는 ‘이러저러하게 (이상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일이 닥쳤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렇게 작고 사소하지만 인생의 매 순간의 반응들이 모여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짓게 되며, 결국에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인생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흔히 운명에 대해 막연히 우리 외부에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우리를 좌지우지 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에, 또 그에 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크나큰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운명이란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이고 – 자신의 무의식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 얼마든지 노력 여하에 따라 바꾸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어떻게 기울여야만 운명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를 일으켜낼 수 있는 것일까?
운명을 바꾸는 노력에 관한 첫 번째 조언은 바로 ‘삶의 목적’을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운명이란 평생에 걸친 무의식적인 흐름이 외적인 사건들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어떤 이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약 어디로 갈 것인지 명확한 목적지가 없다면 그는 필시 바다의 풍랑과 조류에 휩쓸려 어딘가 원하지 않은 곳으로 표류하게 되고야 말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어디로 갈 것인지 명확한 목적지가 있다면 그는 온갖 저항과 역경들을 극복하고 원하는 곳에 도달하고야 말 것이다.
인생을 원하는 바대로 살기를 원한다면 명확한 삶의 목적이 필요하다. 해마다 1년을 잘 살아내고자 목표를 세우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1년이란 시간은 평생에 비한다면 작은 목표를 제공할 뿐이며, 이 정도의 목표를 일정한 방향성 없이 매년마다 반복해서 세우는 정도로는 운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바꾸어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할 뿐이다.
목표를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어째서 그런 목표가 필요한지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범위에서부터 명확한 목적을 세운 후 하위 목표를 설정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생의 목적이 부재하는 단기적인 목표는 곧 전체적인 설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설계도조차 없는 집이 어찌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운명을 바꾸는 노력에 관한 두 번째 조언은 융의 이야기와 같이 무의식을 의식화하라는 것이다.
앞에서 무의식이란 곧 상황적 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임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므로 무의식을 의식화한다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고, 더 자주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으라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지금 인간 지능의 패러다임은 IQ(지능지수)에서 EQ(감성지능)를 넘어 SQ(사회지능)로 진화하고 있다. 21세기는 타인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인 사회지능이 성공을 좌우하는 시대다.
무의식을 의식화 한다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도 부합된다. 매 순간마다 더욱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음으로써 우리는 더욱 세밀히 자신의 감정과 타인에 대한 태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사회지능의 향상을 의미함과 동시에 주어진 대로 흘러가는 운명을 바꾸는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세상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더 빨리, 더 바쁘게, 그러므로 더 ‘정신 없이’ 사람들은 움직이고 있다. 조급하게 허둥대며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시선을 너무나 복잡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래서 ‘정신 없이’ 만드는 바깥 세상보다는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고, 차분히 들여다보며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이 때, 이제는 해마다 이리저리 바뀌는 코앞의 목표에 급급하거나 급박한 세상의 조류에 쫓기며 불안해하기 보다는 운명을 바꾸는 지혜로운 노력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때가 아닐까?
- 전용석(「아주 특별한 성공의 지혜」,「나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의 저자) - 출처 : 원자력문화 2007년 1월호 중에서 발췌 (원자력문화재단에서 집필요청이 들어와 투고했던 글을 발췌하여 칼럼에 올립니다)
☞ 전용석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