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스크랩] 소백산 칼바람 도둑 맞다!!

살라이마리꼼 2008. 2. 9. 07:14

2007.12.22(토)  동짓날, 소백산 가는 날입니다.

첫 눈에 소백산 칼바람까지 만나겠구나  하는 설레임,

소풍 앞둔  까까머리 소년이됩니다. 

어젯밤에 비까지 왔었거던요~~^^

 

매표소 지나 비로사 갈림길인데 아직은 뽀송뽀송합니다.

1000 고지 이상 올라가면......

 

급한 마음에 뛰다시피 올라왔다고 쉬어가라 하네요,

양반바위~~ 

원래 양반들은 방뎅이가 이리도 큰가?

그럼, 난 양반도 아니네!

 

비로봉 향해 치고 오릅니다.

선거날, 근교 달음산으로 워밍업까지 하고 왔는데도 숨이 찹니다.

뭐든지 숙달되면 좀 쉬운데 산은 예외 없나 봅니다. 

 

"헉 헉!!"

힘들어 죽겠는데 누군가 떡하니 그저 내려보고만 있습니다.

"소나무"

가슴에 이름표까지 달고서....

 

"그래! 소나무, 닌줄은 다 안다 아이가? "

 

힘든다고 소나무한데 이래 화풀이하면

밑에 그림처럼 엉덩이에 뿔납니다. 그렇지요~~

 

나무가지 사이로 멀리 올려다본 비로봉,

머리에 눈 꼬깔 쓰고  얌전 빼고 있는 듯 합니다. 

 

왼쪽 방향 연화봉 쪽은 더 멀어 희미합니다.

 

쌓인 눈이 보이기 시작하고서 부터

몸이 풀렸는지  힘도 들지 않아 좋습니다.

 

드디어 비로봉(1,439m),

정상석보다 연화봉 쪽 능선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5~6년  전 봄  새벽에 죽령으로 올라 천문대에 들렀을때 반겨주던 하얀 강아지,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또한,  함꼐 했던 산님들은 다 잘있는지......

 

 

연화봉 방향 왼쪽 능선들,  흰눈 덕분에 윤곽이 잘 들어나 동양화 배경같습니다.

 

2시간 가까이 올라온 비로사 방향, 풍기읍내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 매서운 칼바람은  어디......

여가 소백산 비로봉 맞습니까?  

 

잠시 몇년 전 풍경을 떠 올려 보는 여유까지 누립니다. 

 

" 산신님은 거센 바람에 요동치는 은막으로
  눈앞을 가려놓고 있었다.

  지난해 6월에 찾았을 때   하루살이 천지였던

  정상 표지석과
  나무 벤치, 삥 둘러 친 로프만 보란다.

  산신님~~ 너무 해요.

  순간,
  엷은 햇살이 나는가 싶더니
  앞이 훤하게 열리는 게 아닌가!

  어느새
  바람은 저 멀리 능선을 쓸고 가고......

  흐릿한 두 갈래 긴 능선 가운데로
  거뭇한 계단이 신기루처럼 휙~ 나타났다.

  국망봉, 연화봉 내려가는 떠 있는 듯한 길
  모세의 기적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바로 눈앞에 하늘로 통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것도 잠시
  거짓인 듯 눈앞의 신기루는 일순간에 사라지고
  눈바람 소리만 윙윙~~~~ "

 

 그때의 하늘길 신기루, 오늘은  소백산 능선을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의 행로, 국망봉 가는 길~~

 

비로봉 보다 북쪽이라서 그런지 눈이 제법 쌓여 있습니다.

이 눈길~~ 

수십년 전으로 나를 대려다 줍니다.

 

폭설로 버스마저 끊겨 밤새 함께 헤메던 한 소녀의 머리위엔 하이얀 눈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나를 막 들떠게 합니다.   

사무쳐 달려가 보고 싶습니다.     

 

국망봉 가는 나무계단 길, 저 산님~~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정겹습니다.

 

듬직한 바위하나, 반백으로 국망봉 가는 우릴 지켜보고 있습니다. 

 

칼바람땐 울며 불며 힘들었을 나무 한그루,  지금은 무슨 생각하는지요~~   

 

능선길 눈밭 위 점심시간, 햇살이 제법 따스합니다.

사방이 확 트여 마치 말등에 올라탄 기분까지.....  

칼바람 일면 상상도 못하지요~~

 

도시락에 눈이 날려 들어가고

눈에 눈이 들어가 눈물이 나고

도데체 어느 눈이 무슨 눈인지 분간이 안갈텐데......

 

조금 걷다보니 눈에 거뭇거뭇 먼지가 앉아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가 국립공원 소백산 능선길인데 안타깝습니다. 

뽀얀 눈을 보고 싶습니다. 

 

걷다가 뒤돌아 봅니다.  능선이 뒤따라 오고 있습니다. 

지나온 길에 가야할 길,

인생도 저러하겠지요.

가금 한번씩은 뒤돌아 보세요~~~

 

 

국망봉(1420.8m), 이제 되돌아 내려가야 합니다.

초암사길로~~

 

하산길, 나무계단으로 빠르게 내려가 왠지 아깝다는 기분이 듭니다.

산에 좀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 아닐까요? 

 

봉두바위, 봉황의 머리랍니다.

아직 봉황을 못보신 분들은 한번 봐 주세요~~ 

 

도데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까?

스틱으로 살짝 건드려 보았습니다.

 

"딩 ~~~"

 

제법 맑은 소리에 여음까지, 글로서는 표현이 안됩니다.

뚝배기 보다 장맛, 포신이 종이 됩니다.

소백산표 삶의 지혜~~~

 

고드름, 부산에선 귀할 것 같아서~~

 

 

숲속에 홀로선 탑 하나,

올려진 돌 하나 하나에 사람의 온기가 전해집니다.

 

바위가 도망 갈까 봐 꽉 잡고 있는 것인지, 살아있는 화석이 바로......

 

초암사 종루, 아까 본 포신으로 만든 종과 대비됩니다.

종은 다 종인데......

 

혹독한 소백산표 칼바람 대신

희끗 희끗 나를 닮은 반백의 소백산을 보고 왔습니다. 

 

소백산은,

산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산 그 자체로서 더 소중한 의미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칼바람 보고 싶다해서 칼바람 보여준다면

그건 산이 아니죠, 그렇죠?  

 

여러분,

그래도 또 갈거죠?  칼바람 맞으려......

        

                                                       "갈바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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