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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대 김치찌게" 맛집

살라이마리꼼 2008. 10. 7. 22:24

            대한민국 5대 김치찌게 맛집

 

장안에 내로라하는 김치찌개 맛집이 있다지만 그 중 문전성시의 호황을 이루는 5곳를 꼽으라 하면 광화문집, 장호왕곱창, 한옥집, 은주정, 공덕굴다리 정도일 것이다. 위치를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광화문, 마포 등 고만고만한 거리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대게 오피스 타운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그 긴 시간동안 치열한 오피스 타운의 중심에서, 그것도 입맛 까다로운 직장인들을 줄 세워가며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필경 그곳만의 매력을 갖고 있기에 가능했을 일.

그렇다면 위에 열거된 식당들은 과연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이고 얼마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김치찌개 열전에서 그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다.

 

입구에서부터 난리다. 기다리는 줄만으로도 그 엄청난 호황이 눈에 보이는 점심시간이다. 그 덕이라고 해야 할지 그 탓이라고 해야 할지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으려면 족히 2~30분은 일찍 도착해야 가능하다. 고작 1시간의 점심에 기다리는 시간이 15-20분이나 되니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발길을 돌리고, 우악스런 사람이면 성을 낼 법도 한데 줄 어귀에서는 '광화문에서 이집 한번 와보지 않으면 곤란하지'라며 이곳에서 기다리는 일은 당연하다는 양 기다려도 맛집을 소개해준 것에 감사하라는 듯 동행인에게 으스대기까지 한다.



내부 전경

내부로 들어서면 시간의 흐름인지 김칫국물의 흐름인지 그 때가 켜켜이 묻어 있는 대한민국 근, 현대사표 엔틱 테이블이 나름의 아우라를 띄며 놓여 있고, 한쪽 벽면에는 문 밖에서도 훤히 보이도록 절묘하게 자리 잡은 매체소개자료들이 훈장처럼 걸려있다.

고개 돌려 둘러 볼 것도 없는 이 작은 식당에 1,2층 모두 합쳐봐야 10평 남짓.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은 엉덩이를 비집고 좁혀 앉아 합석해도 많아야 16,7팀. 고상한 한 끼를 생각하는 이라면 애초부터 처대도 안보는 것이 현명한 일이고 곱게 자란 애인과 광화문 연가라도 불러볼까 생각한다면 주변의 에코 사운드가 가관일 것이다.

그럼에도 발길 잦은 이들이 있는 이유는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네 정서와 크게 이질 되지 않고 되레 푸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닳고 닳은 추레한 뚝배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광화문집에서 받은 정신적 피해로인하여 야기된 공황이 불러온 환상을 재현한 것으로써...

김치찌개 전문이라 이름을 내어놓진 않지만 누가 뭐래도 이집은 김치찌개가 주력인 집이다. 그저 김치찌개와 같이 먹기 좋게 순한 맛을 내는 계란말이와 생두부 정도가 있는데 단일 메뉴라 부르기에는 멋쩍은 감이 있고 돈 내고 먹는 짝꿍반찬이라 부르면 적절할 것이다.

헌데 이 집에서는 주문 시에 아주 오래 전부터 고질적으로 짜증나는 사건이 있는데 바로 계란말이 주문을 반 강제하다시피 한다는 것이다. 찌개를 주문하면 의례적으로 시켜야 한다는 양 '계란말이는?'라고 톤을 높여 이야기 한다. 주문하면야 무던히 넘어 갈 테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방에 전달하는 말이 아주 가관이다.

"김치찌개 2개에 계란말이 없어~!"

28년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사랑이 일순간 허무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더욱 가관인 것은 인원수대로 찌개를 주문하지 않거나 1인 손님이 찾았을 경우의 응대 태도이다. 구체적인 묘사는 삼가하겠지만 신경질은 기본이요, 예약 없는 자리가 예약석이 되기 일쑤다. 비록 당사자가 되지 않고 주변인이 되어 이를 보게 되더라도 무례하기 짝이 없다.

마치 욕쟁이 할머니가 내뱉는 욕설과 자신들의 무례함이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 했다.

아주 심대한 착각이다. 욕쟁이 할머니의 욕설은 감정의 비상함이 역설적으로 강조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집은 그것과 견줄 하등의 가치도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단골손님이 찾으면 더한 친근감을 표하긴 하지만 그것은 그저 단골손님과 식당 주인의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러한 무례한 서비스 마인드에서 비롯한 사건들은 잠시간 머물러도 사태를 경험하게 만들 따름이다.

여기까지. 휴~

 


칼칼하다. 인정!


깔끔한 국물. 인정!

흠흠. 찌개는 늦어도 1,2분이면 반 이상 조리된 상태로 자리에 놓인다.

짧은 시간동안 끓여내는 이집 김치찌개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국물이다.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담근 김치를 1년 숙성기간을 거쳐 사용한다고 하는데, 칼칼하고 개운하며 김치찌개답지 않게 깔끔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단맛과 신맛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강하지 않았으며 간 또한 짜지 않게 잘 맞춰져 있어 누구에게나 무난한 맛의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인공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뒷맛이 텁텁하지 않기 때문에 강한 맛이 부담스러운 점심시간에 아주 제격이다.



쫄깃하고 양 많은 고기. 인정!


적당히 숙성된 김치. 인정!

푸짐한 양도 빼놓을 수 없다.

라면사리, 팽이버섯 등 이런 저런 재료로 겉을 휘감고 안을 후벼보면 육수와 김치만 잔뜩인 그것과는 견줄 바가 아니다. 마치 제집서 먹는 냥 목살과 안심이 놀랄 만큼 듬뿍이라 누가 고기를 몇 점 집어먹었나 속셈할 필요도 없고 눈치 볼일도 없어 만족스럽다. 또 양이 많으니 질을 의심해볼 법도 한데, 목살은 목살대로 담백한 제 맛을 내고 안심은 안심대로 쫄깃하게 제 맛을 낸다. 회전률을 생각해보면 그 신선도야 말할 것도 없고 더 한 증명이 필요하다면 입과 혀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분명 국물만 내버리면 어지간한 식당 제육볶음이 그 이름을 낯간지러워할 질과 양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기의 양이 많은 만큼 돼지 비린내가 느껴지는데 그것에 둔감한 본 기자가 느낄 정도이니 민감한 사람이라면 심히 꺼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국물과 고기와 두부와 밥의 조화. 인정!

간단하게 김치찌개에 대한 종합 평가를 내리자면 중간 이상의 정도라 하겠다. 즉, 유명세만큼 대단하거나 무언가 특별한 맛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헌데 김치찌개라는 음식에 얼마나 많은 기교가 들어가 대단한 맛을 내겠는가? 광화문집은 김치찌개가 가진 무난함이라는 고유의 특징을 비교적 훌륭한 가격대 성능비로 재현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니 기대치를 너무 높이하지 말고 그저 맛깔스레 한 끼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함이 옳을 것이다.



계란말이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 반강제로 주문당한 계란말이 그리고 밥과 밑반찬 이야기 좀 해보겠다.

먼저 계란말이의 가격은 5,000원, 실비 생각 들면 먹기 꺼려지는 음식 중 하나이지만(개인차있을수이따) 김치찌개와의 궁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대충 둘러 감은 이집 계란말이는 정교하게 말아져 있는 그것보다 비록 모양은 투박하지만 서민적인 친숙한 맛이 있어 좋다.


선택의 자유를 은근슬쩍 사리살짝 제한하지 말지어다.

돌려 이야기하자면 무슨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계란말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대단한 호평도 악평도 필요 없는, 식당의 입장에서는 김치찌개로는 모자란 이윤을 채워주는, 손님 입장에서는 음식의 궁합을 위해서 주문하는 평범한 계란말이일 뿐이다.

 


물김치, 열무, 콩나물 죄다 꽝이다. 꽝!


날 김치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꽝!


 

밑반찬과 밥은 광화문집에서 가장 실망스런 부분이다.

개업 28년의 내공이 저~어~녀 느껴지지 않는 평균 이하의 맛에 손님 대부분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차라리 다 빼버리고 계란말이를 서비스로 주거나 단가를 낮추는 일이 더욱 현명했을 것이다.


공기밥은 진정 최악이다. 王꽝!

공깃밥의 경우 김치찌개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 질이 몹시 형편없다. 싸구려 압력밥솥에 질 나쁜 묵은쌀로 밥을 지어 갓 지은 밥조차 색이 누렇고 떡져있다. 만약 김치찌개와 같이 강한 음식이 아닌 생선구이와 같은 담백한 음식에 이 따위 밥이 나왔다면 '이식당망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집에서 공깃밥을 별도로 하고 쌀을 좋지 않은 것을 쓰고, 계란말이를 강제하는 것은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많아 마진이 낮으니 이런 것에서라도 이윤을 남길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치찌개의 값을 올리고 1,000원의 값어치를 하는 공깃밥을 줄 것이며 계란말이를 반강제하지 아니하길 앙망하는 바이다.



2인용 한상차림

이렇듯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팽팽하게 대치하며 혼돈의 공존을 이루는 곳이 바로 광화문집이다. 때문에 이집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의 기준과 기호에 따라 달라 제각각이다. 이쯔으음에서 마무리를 지어볼까아~ 했는데!!!!!

아래의 사진을 보라.


먹던 것을 재활용한 건지, 전날 끓여 놓은 것이 들어간 건지, 어쩌다 묵은 김치가 들어간 건지, 저 한 조각 김치만 냄비바닥에 바싹 붙어 유독 가열되어 저런 건지, 때깔이 영 심상치 아니할 수 없음이다.

비록 상 정리 시 모든 그릇을 냄비 안에 넣고 치우는 모습과 별도로 쓰레기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재활용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의심의 여지는 있다고 판단된다. 현명한 여러분의 예리한 의견 바란다.

★★★☆☆
맵거나 짜거나 달거나 시거나 그 어느 맛에도 치우치지 않은 훌륭한 밸런스다(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말). 특히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뒷맛이 개운하다. 그리고 그릇 바닥이 보일 때까지 남아있는 고기는 '환희' 그 자체이다.

 김치찌개만 놓고 본다면 가격대 성능비는 따라갈 곳이 없다.
 푸근한 서민적인 분위기(호불호갈릴수이따)

 1인 손님 무시하고 계란말이 강제하며 예약 없는 자리 있다고 사기치고 늦게 먹으면 은근 눈치주는 무례함을 견디며 꾸역 꾸역 먹어야 한다는 아픔
 최악의 품질을 자랑하는 공깃밥을 천원주고 먹어야 한다는 슬픔.
 돼지고기 비린내가 느껴진다는 비애



 

'적당하다'라는 말의 어감은 상황에 따라 그리고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를 테지만 그 의미를 조금 염세적으로 훑어본다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매함의 극을 달리는 듯한 이 말은, 요즘과 같이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시류에 지친 이들에게 상당부분 안도감을 주기도 하는데, 본 기사에서 소개할 '한옥집'에게 아주 딱! 들어맞는 이야기인 듯하다.


북새통이지요

서대문구 냉천동에 위치한 '한옥집'은 김치찌개 열전 1편에서 소개한 '광화문집'과 마찬가지로 주변직장인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식당이다. 비록 최근에는 맛이 변했다는 평가와 가격상승 등의 여러 이유로 예전과 같이 기다리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치는 일은 줄었지만 여전히 점심시간대면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인기 맛집 중 하나이다.


 


정말 북새통이지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식당 내부는 총 16개의 테이블에 4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제법 넓은 편이다. 마당이 있는 오래된 한옥집을 개조해서 넓힌 것이라고 하는데 그 덕에 오래 전 이웃집에 식객으로 찾아간 듯 그 분위기가 몹시 정겹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이 자리, 저 자리가 과거에는 안방, 건너방으로 쓰였다를 가늠하며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것은 한옥집에서만 가져볼 수 있는 재미이다.

하지만 식당의 역할에 최적화된 구조가 아니고 다소 빡빡한 자리 배치 탓에 불편한 점도 있다.


훈장이 참 많지요

이 집에서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매체 소개 자료이다. 다양한 매체 소개 자료들이 온벽을 도배하디시피 매우고 있는데 과연 소개되지 않은 매체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러한 장식 아닌 장식은 손님들에게는 재미난 읽을 거리이기도하고 지나치거나 알기 어려운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좋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과하면 부족한만 못하듯 한옥집의 경우 다소간에 지나친 느낌이 없지 않다. 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실는지........


김치찌개는 가열조리되지 않은 상태로 상에 오르지요

2002년 10월 문을 연 한옥집은 흔히들 김치찌개와 김치찜으로 시작한 곳으로 생각하지만 처음에는 생삼겹살과 갈비살를 주로 하는 고기 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듬해 여름이 되자 과연 누가 뜨거운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겠느냐고 생각한 한옥집 윤철 사장이 새로 개발한 메뉴가 바로 김치찜이었단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김치찜을 그대로 응용한 한옥집의 김치찜은 2003년 6월부터 시식용으로 손님들에게 무료 제공 시작했고, 예상외로 높은 호응에 그해 7월부터는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김치찌개도 함께 메뉴화 하였는데 단일메뉴로는 퍽퍽하게 느껴지기 쉬운 김치찜과의 궁합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한다.


 


익지도 않았는데 집어 먹고 있지요


그럴 땐 라면사리를 넣어서 못 먹게 하는게 좋지요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김치찌개의 경우 미리 끓여 놓는 것이 아니라 재료만 담긴 상태로 그 자리에서 가열조리가 시작되기 때문에 시원하고 칼칼하다. 전날 술자리가 있었다면 해장용으로 찾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뒷맛이 개운하다. 깔끔한 김치찌개를 선호하는 이라면 주저 없이 추천할 만하다.


라면을 빨리 건져 먹지 않으면 꿀꿀이 죽 되지요


고기를 선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하지만 식당의 유명세만큼 대단한 특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치가 유난히 맛있다거나 고기나 두부 등 재료의 맛이 특출난다거나 하는 것이 없다. 집에서 간단히 끓여먹는 김치찌개의 맛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라면 사리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때문에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온 이들 대부분의 반응은 '실망스럽다'가 많다. 분명 큰 기대 없이 찾아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가 아닐까 생각한다.


깜짝 놀랬지요

위생적인 부분은 1편에서 소개한 '광화문집'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위에 언급했듯 가열조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상에 오르기 때문에 혹여 있을 음식 재활용을 확인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를 재활용하지 않을까 라는 의심이 들긴 하지만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김치에 젓가락이 가는 일은 드물기에 조금은 너그럽게 받아들여진다.


 


두근두근 하지요. 때깔 참 좋지요

이제 '한옥집'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김치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6개월 이상 숙성된 통김치를 2등분 혹은 4등분한 후 사골국물을 부은 후 살코기와 비계가 적당하게 어우러진 돼지 생고기를 큼직하게 넣어 2시간 이상 찐다고 숙성과 찜이라는 요리법등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특유의 깊은 맛이 인상적이다.


 


살짝 집어도 지 혼자 찢어지고 있지요

김치에 젓가락을 올려 살짝만 힘을 주어도 육즙이 흘러나오며 그 속살을 드러낸다. 흐물흐물 약한 힘에도 찢어질 만큼 부드럽지만 그 맛은 결코 약하지 않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히 맴도는 묵직한 김치찜의 풍미는 생김치나 김치찌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분명 이러한 풍부한 맛에는 돼지고기와 사골 육수가 단단히 한 몫 했을 것이다. 덕분에 특별한 반찬 없이 김치찜의 김치만으로도 허전함을 느낄 새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살코기 주제에 참 부드럽지요

김치찜에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부드러움도 빠질 수 없다.

비록 A급의 좋은 부위도 아니고 살코기가 비계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장시간 조리와 김치에 들어있는 마늘 생강 등의 성분이 고기의 부드러움과 풍미를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그 특유의 맛은 보쌈, 수육과는 달라도 한참이다.

특히 김치의 강한 맛을 중화시키는 역할도 아주 충실하다. 김치와 함께 쪄내는 조리법에도 양념이 적절하게 배어 있어 김치와의 환상적은 궁합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양도 결코 야박하지 않아 더욱 만족스럽다.

분명 '한옥집'이 인기 맛집이 된 것에는 김치찜의 역할이 9할 이상은 차지했을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김이지요

김치찌개에 사리살짝 실망하고 김치찜에 치치카포 환호를 보낼 즈음 테이블 한편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고군분투 하는 '김'을 볼 수 있는데, 뻔 한 싸구려 '김'과는 근본적으로 비교 불가한 녀석이다.


찌개와 찜을 잊고 이렇게 먹고 있지요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김‘만큼은 아니지만 밖에 나와서 맛보기 힘든 퀄리티다. 자칫 그 맛에 탄복하며 밥의 대부분을 비우고 덩그러니 남아있는 김치찌개와 김치찜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도록....


밥은 달라면 달라는데로 주고 있지요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집 밥이 너그럽게, 그것도 풍족하게 리필 된다. 양푼에 담겨 있는 밥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지만 심뽀고얀 혹자는 말한다. "밥 리필이 뭐 그리 대단하냐?"라고 말이다. 이때 본 기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마트 가서 쌀 1KG에 얼마 하는지 보고 와라" 라고.


 


이 아주머니는 친절했지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짚고 넘어가자면 바로 '서비스 마인드'부분이다.

심히 친절하거나 불친절한 종업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어떠하다고 정의 내리기 어려울 만큼 종업원들 간에 서비스 마인드가 일정하지 않다. 이것은 한옥집이 서비스 마인드 교양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볼 수 있는 부분으로 종업원 대부분이 혈연관계인 가족 경영의 장점을 잘 살려 더 나은 서비스 마인드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한옥집은 하루에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김치찜이 2시간 이상 푹 고아져야 제 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문시 주의하도록.



- 김치찌개 ★★★☆☆

먼 길에서 찌개만 먹으러 가자 하면 굳이 찾지는 않을 듯 싶다. 전반적으로 치우침 없는 밸런스이고 딱히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서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맛이다.
- 김치찜 ★★★★☆  
입안 가득 풍부한 만족감으로 채워줄 김치찜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다만 너무 짠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제대로 만든 짭쪼름한 김치찜을 기대하는 이.
밥을 많이 먹고픈 胃 大한 이
무난한 김치찌개가 먹고픈 이
김 먹고픈 이


 

김치찌개는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지 않는 것이 중요
충격적으로 후추맛이 심한 잡채(밑반찬임)
드문드문 살아 숨쉬는 불친절한 종업원


장호왕곱창(이하 장호집)을 알게 된 것은 15년 전 식도락을 즐기시는 본 기자의 부친을 통해서였다. 예나 지금이나 맛있는 김치찌개 집이라 하면 '단연 장호집이지'라고 힘주어 이야기 하시는데, 본 기자 또한 예나 지금이나 이집 김치찌개의 인기비결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었다.


 

서소문 본점을 비롯해서 종로, 충무로, 서대문로터리 까지 무려 3개의 분점을 갖고 있는 장호집은 지금까지 소개한 그리고 앞으로 소개할 김치찌개집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곳이다. 혹자는 김치찌개의 명가라 부르기도 하고 더 이상의 김치찌개는 없다라고 까지 이야기 한다.

분명 (기자가 전혀 느끼지 못한) 어떠한 매력이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혀지며 장호집에게 이러한 휘황찬란한 타이틀을 달아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점심시간 한참 전인 11:20부터 테이블이 12개밖에 되지 않는 내부는 소란스러워 진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2인분용 테이블 3인분용 테이블에 맞춰 손님들은 자리를 채우고 이내 만석이 되어 채 들어가지 못한 손님들은 애태우는 마음으로 문밖에 긴 줄을 만든다.

그런데 다들 워떤 회사를 다니기에 점심시간이 그리 빠른겨?


 

아무튼 똑같은 크기의 테이블이지만 인원수에 따라 자리는 정해져 있다. 헌데 취재 당일 날이 더워 3인분용 에어콘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한 종업원은 금방 입에 거품이라도 물듯 다른 자리고 앉으라며 난리를 떤다. 무례한 태도를 싫어라 하는 본 기자 당장이라도 상을 엎고 싶었지만 식전부터 기운빼기 싫고 취재도 해야 했기 때문에 불가피 참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언니 짤소~!

장호집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일 것이다. 처음 찾는 이라면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것은 일명 '짤라' 라고 불리는 소 내장 모둠과 소주를 뜻하는 은어이다. 찌개가 끓기 전 반주 삼아 먹기에 이만한 것이 없는데 쫄깃하고 입안에 퍼지는 소 내장 특유의 풍만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점심 영업 이후(2시까지)에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감한 방침이 아닐 수 없는데 분명한 것은 이 짤라를 먹기 위해 장호집을 찾는 손님들의 수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오로지 점심시간에만 즐길 수 있는 짤라 그리고 상사 몰래 먹는 반주는 나약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똥배짱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사진이 없냐고? 술 먹으면 들어가서 일 못하니까.
그리고 주의할 것은 짤라가 맛있으니 곱창도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부디... ... 참길 바란다.


 

김치찌개는 6천원이다. 별도의 반찬은 전혀 없고, 찌개에 넣어 먹기 위한 묵은지만이 반찬인 척 자리에 놓인다. '분명히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반찬용이 아닌 찌개 추가 투척용이다.'

어차피 손도 안가는 어설픈 밑반찬 상에 내놓느니 아예 만들지도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지만 5천원도 아니고 6천 원씩이나 받아먹으면서 제대로 된 반찬 하나 내놓지 않는 것은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반찬인척 하는 묵은지는 너무 묵으셨는지 신맛을 넘어 쓴맛까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탱글탱글 계란 후라이 반숙이라도 하나 내놓았으면 참 어엿뻐했을텐데 말이다.


 

찌개의 재료 구성은 역시나 간단하다.

액젓을 넣지 않고 담근 후 1년 이상 숙성한다는 김치. 왜 넣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양파 몇 조각(꼭지를 제대로 자르지 않아 한데 모여 헤엄친다.), 그냥 대파, 그냥 두부, 그리고 돼지고기가 있는데... ...

일단 돼지고기에 대해서 코멘트 들어간다.

어떤 매체에서는 장호집 고기가 얼리지 않은 돼지 뒷다리 살이라고도 하고 다른 매체에서는 얼리지 않은 돼지 목살이라고 하는데,

허허허


 

그냥 얼려놓은 돼지 잡고기다.

단 고기 사리를 추가하면 생고기가 나오긴 한다.
아울러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고기의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을 참고 하시길.


 

전체적인 맛을 이야기해보자.

추가 묵은지에서 예견되었듯 김치찌개 역시 신맛이 아주 강한데, 본기자의 경우 위(胃)에 산분비가 많아 선천적으로 신맛이 몸에 맞지 않는데, 그 탓에 먹는 내내 몸을 배배 꼬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함께 자리한 무던한 입맛의 소유자인 한 기자 역시 너무 시다는 평이었다.


 

덧붙이자면 맵다 짜다 달다 개운하다 따위의 모든 맛을 잠재울 만큼 시다.

그리고 대부분 오래 끓여야 묵은지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리할 경우 맛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더 짜고 시다.

어찌되었던 혓바닥의 평정을 찾고 여러 재료의 맛을 느껴보기로 했다.

그러나.


 

김치도 시고
국물도 시고
대파도 시고
양파도 시고
두부도 시고
고기도 시다.

다 시 다.


 

오마나!

이래저래 취재를 하는 동안 국물이 모두 졸여지는 일이 발생했다. 때문에 육수를 추가했는데 잠시 김치찌개에 시선을 땐 동안 이 개념 증발된 종업원이 김치찌개를 한강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결국 1000원을 추가해 라면을 넣을 수밖에 없었고, 진정 비추천이다. 그리고 라면도 익어갈수록 시다.


 

그간 2편의 김치찌개 열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다뤄진 공깃밥을 이야기해보겠다.

검은콩이 드문드문 들어가 겉보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입에 넣는 순간 허무가 밀려올 따름이다. 찰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묵은쌀 특유의 괴상한 잡맛과 냄새가 느껴진다. 허접한 국산 묵은쌀 쓰며 떳떳해 하지 말고 차라리 중국산 햅쌀을 써주길 바래본다.

※Tip : 한 공기 추가하면 1000원 반 공기 달라하면 그냥 주기도 한다.
          단, 당신이 꽃미남이어야 한다.


 

묵은쌀 특유의 잡스런 맛과 냄새가 괴로웠고 김치찌개의 신맛이 더더욱 괴로웠다. 하여 찌개로 밥의 잡스러움을 잡고 밥으로 찌개의 신맛을 잡아볼 요량으로 밥과 찌개를 한데 묶어 보았다.

결론은?


 

잡스럽고 시다.


 

기자의 식성 탓에 중립적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 송구스러울 따름이지만 우짜든 총평 들어간다.

첫째로 김치찌개는 누가 먹더라도 시다고 할 것이다. 물론 겨울에는 조금 덜 시지만 무슨 개나리 코스모스로 김치 담그는 것도 아니고 철따라 음식 맛이 바뀐다는 것은 참으로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작태이다. 아울러 몇 번을 찾아봐도 이집 김치찌개의 매력을 찾을 수 없다. 양은냄비의 포스? 묵은지의 포스? 그게 눈은 자극 할지언정 혀와는 별개다.

둘째로 위생!
에휴~

셋째로 서비스
분명 종업원과 손님사이에 빈번하게 싸움이 났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물은 왜 주전자를 들고서 로디우스 서비스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통으로 하나 내놔라! 물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예쁘지도 않은 거 여러 번 부르기 짜증난다.

넷째로
분점관리 좀 해라.


 

 

금번 취재에서도 발각된 재활용 김치

이상!


 

유보
신맛이 너무 강해 김치찌개를 먹은 건지 식초찌개를 먹은 건지 개인적으로 구분이 가질 않는다. 그래도 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있기에 평가를 유보한다.


아이셔 캔디를 사랑방 사탕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이
새콤달콤을 즐기는 이
신맛이 그리운 임산부
신김치 먹지 못해 환장한 이
환상의 소 내장과 반주 일잔 하고픈 이
종업원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이
주인이 王 임을 인정하는 이


 

재활용에 민감한 이
신맛이 싫은 이
불친절에 알러지 있는 이
다양한 밑반찬을 기대하는 이
손님은 王이다 ism을 갖고 있는 이

잘 먹었다는 말.
참지집에서 던져주는 대뱃살 5점 먹고 쓸 수 있는 말일까?
아니면, 연대 앞 5,900원 고기 뷔페에서 본드 삼겹살 20근 먹고 쓸 수 있는 말일까?

그렇다. 둘 다 오답이다.
자고로 잘 먹었다는 말은 혀와 위장 그리고 지출이라는 삼박자가 충분조건을 갖췄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본 기자, 금번 취재에서 연신 잘 먹었다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으니...



 


△ 은주정은 배달 주문이 많다.

미로 같은 방산시장 한 구석에 위치한 은주정은 오래 전부터 주변 시장상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점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 전부터 웹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제법 유명한 맛집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는 사람 아니면 찾을 일 없는 곳이다. 각종 매체에서 제법 다뤄졌다지만 화면캡춰 액자나 현수막 따위를 장식해 놓지 않아 행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입구 유리벽에 '아침명당 출연' 이라 초연히 쓰여 있지만 그게 어디 요즘 세상에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힘이 있다던가? 그저 흔해빠진 평범한 백반 집으로 생각해 지나치기 십상이다.



 


△ 10여 평 남짓한 내부

10여 평 남짓한 내부도 평범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얼마 전 내벽을 새로 도배하였는데 깔끔해지긴 했지만 오래된 맛집에서 느껴지는 자욱한 기운이 없고 무언가 형언하기 힘든 심심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이라면 이 작은 식당에 종업원이 예닐곱 명이나 되는 것을 보곤 인기 있는 음식점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기본 찬과 쌈 재료


△ 다양한 쌈 재료

자리에 앉으면 인원수에 맞춰 찌개가 자동 주문된다. 이윽고 김치, 어묵, 젓갈, (계절에 따라 달라짐) 등의 밑반찬이 깔리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쌈 재료다.

상추는 물론 청경채, 쑥갓, 치커리(계절에 따라 달라짐) 등 다양하고도 푸짐한 쌈재료는 혹시 고기를 주문한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점심시간에는 고기주문을받지않음) 그리고 쌈을 상에 놓던 종업원이 하는 이야기가 귀를 자극하는데 찌개에 있는 고기랑 쌈 싸먹으라 하는 것이다.

"찌개에 있는 고기랑 쌈 싸 드세요."
모르는 사람이면 쌈 싸 먹는 소리처럼 들릴 게다.



 


△ 엄청난 높이의 냄비에 스리슬쩍 보이는 고기의 양.
어마어마함을 짐작할 수 있다.

2인분을 기준으로 지름 30cm 높이 10cm의 냄비는 신제품의 냄새를 폴폴 풍기며 오래된 양은 뚜껑과 합방을 한 채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다. 이어 뚜껑을 여는 순간 저절로 아래턱이 쩍~ 벌어지는데 넘칠 듯 담겨있는 찌개가 바로 그 이유다.

특히 돼지고기의 양이 단연 돋보이는데 냄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어도 최후에 남는 것이 김치 아닌 돼지고기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찌개에 있는 고기랑 쌈 싸 드세요."
종업원의 이야기가 오버랩 되지 아니할 수 없다.



 


△ 이렇게 10번을 먹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다.


△ 이렇게 30번 먹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다.

우리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룰,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켜야하는 룰이 있다.
이른바 '불문율'

그 룰은 김치찌개를 먹을 때도 존재한다.
바로 '밥 세 숟가락에 고기 한 점 먹기'
물론 예외는 있다.
짬(쌀)밥이 되면 두 숟가락, 짬(쌀)밥이 안 되면 네 숟가락.

그러나 이 룰은 은주정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 더 크게, 더 두껍게 달란 말이다.

마냥 흡족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단 고기의 질에 대한 부분인데 살코기가 조금 퍽퍽하고 비계에 힘이 없다. 다행히 대륙의 감성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우짜든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고기의 크기가 제각각이고 너무 작다.
저녁 메뉴인 삼겹살도 그렇고, 찌개의 고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이 집 고기 절단 기준은 유아용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하루빨리 사이즈를 키우고 크기도 균일하게 맞춰주길 바란다.



 


△ 신 맛이 부담스럽다면 원유!

양에 대한 찬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찌개의 맛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겠다.

첫째로 김치!

요즘의 김치찌개 트렌드는 오모가리인지 니주가리인지 오모리인지 하는 묵은지다. 하지만 은주정의 경우 묵은지가 아닌 생으로 먹기 딱 알맞은 숙성도의 김치인데 개인적으로 장호왕곱창의 아이셔 김치에 심히 데어버린 터라 환영하는 바이다. 몹쒸.

그리고 까나리 액젓을 첨가하였을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묵직한 맛이 느껴지는데 아무리 물어도 말해주지 않아 확인할 길 없지만, 이 부분은 칼칼함을 선호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 조미료가 문제다.

둘째로 국물!

은주정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조미료가 첨가되어 있어 모나지 않은 맛을 내지만 뒷맛이 매우 텁텁하다. 특히 김치에도 액젓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텁텁함이 배가된다.

이해할 수 없었다.

고기의 양이 많기 때문에 별 다른 조미를 하지 않고 김치만 넣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런 맛을 낼 수 있을 텐데 어찌 이런 실수를 하는지 탄식이 나올 따름이다. 은주정 오너와 수석 쉐프의 별도 교양이 절실히 요구되는 바이다.



 

간단히 맛의 총평을 하자면, 분명 메이저급의 맛은 아니다.
조미료 사용이라는 감점요소가 크게 간섭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상 먹어왔던 조미료인지라 크게 거부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즉 '난 반드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태초의, 본래의 맛을 간직한 김치찌개를 먹고 말테닷!' 라는 공격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적당히 모나지 않은 맛과 객을 압도 하는 엄청난 양에 엄지손가락을 45도에서 72도까지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 대접에 나온다.

자~ 이제 초미의 관심사인 밥을 분석해보도록 하자.

김치찌개의 스케일만큼 푸짐한 밥은 대접에 제공되는데 조선시대 뒤주 유물에 담겨있던 묵은 쌀을 꺼내 만든 듯 한 광화문집 멍멍이 밥에 비교하자면 은주정의 밥은 임금님 수랏상에 오를만한 수준이다.



 


△ 이 맛 쌀, 대기업이라 역시 작명술이 기똥차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교 우위에 대한 부분이고 객관적인 조사가 들어가면 아쉬운 부분이 드러난다. 일단 국내산 쌀을 사용한다지만 그 제품이 초염가로 판매되는 '이맛쌀'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맛쌀'은 주로 김밥천당과 같이 단가를 낮춰야 하는 업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제대로 된 밥맛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제품이다.

와중에 다행인 것은 二마트라는 대기업이 보장하는 제품이라 먹고 죽을 염려는 줄어든다는 것?



 


 

욕심이 하늘을 찔러 불만을 토로했지만, 우짜든 가격대비 중간빵 이상의 밥맛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무한 리필 되는 점은 칭찬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데, 김치찌개의 양이 상당하다 보니 밥의 추가도 많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말인 즉, 얄팍한 잇속을 차려 추가 비용을 받았다면 제법 쏠쏠하게 챙겼을 터.



 


△ 모두가 불량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님

VJ 특수반에서 '인심 좋은 맛집' 컨셉으로 취재를 한다면 적어도 서울하늘 아래서는 은주정이 단연 NO.1일 것이다.(아닐수도이따) 하지만 푸짐한 음식 인심에 비해서 서비스 마인드는 다소 아쉬운데 종종 손님의 자리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만행과 일부 재중동포 종업원들의 딱딱한 응대 태도 때문이다.

민감한 부분이니 여기까지.


 

시리즈의 특성상 김치찌개를 중심으로 다뤘지만, 은주정은 저녁시간에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1인분에 8천원인 삼겹살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김치찌개가 제공되기 때문인데 그 양이 점심에 주문하는 것 못지 않다. 강력추천하는 바이다.
 



 

★★★★☆
리필되는 밥부터 푸짐하고 다양한 쌈 재료, 압도적인 찌개의 양, 그리고 제법 준수한 맛까지 '잘 먹었다', '든든하다' 라는 말이 나오기에 모자람이 없다.
단, 조미료의 간섭 탓에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수 있다.


 

유도부.
럭비부.
역도부.
씨름부.


 

칼칼한 김치찌개를 선호하는 이.
조미료 알러지가 있는 이.

'마포'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맛집계의 중원이자 정글이다.

원조집은 물론이요 이를 따라 생긴 수없이 많은 아류들이 군집을 이뤄 보이는 때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곳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중 어느 누구하나 최고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그 위세들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치찌개만큼은 마포 일대에서 25년째 독보적 왕좌에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굴다리 식당이다.



 

소박한 외관의 굴다리 식당은 행정상으로는 서울시 공덕동에 자리하고 있는데 내부로 들어서면 30평 남짓한 공간에 30명 정도 수용 가능한 테이블이 놓여 있다. 김치찌개 전문집 중에서는 기교적 넓은 공간이며 한눈에 보아도 관리가 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입구 정면에서 보이는 주방은 홀 내부 어디에서나 그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청결하여 손님들은 비교적 안심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아줌마 하나하나' '아줌마 두개두개'

단골손님들은 하나같이 암구어인 듯한 숫자로 채 자리를 잡기 전 부터 주문을 한다. 이 숫자들은 굴다리 식당의 메뉴인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의 개수를 뜻하는 것인데 메뉴라고 해봐야 이 두 가지 밖에 없어 주문하는 이나 주문을 받는 이나 헷갈릴 일은 없다.



 

밑반찬은 김, 열무김치, 꽁치조림등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곤 하지만 절대로 바뀌지 않는 것이 계란말이이다. 리필은 어렵지 않게 가능한 계란말이는 그 모양새부터 정성스러움이 느껴진다. 얇게 펴 부친 계란을 차곡차곡 말아 놓은 단면으로 이를 알 수 있는데 운이 좋으면 갓부친 것을 먹을 수 있지만 아니라고 해서 한참 전에 해놓아 차갑게 식은 것이 상에 놓이지는 않는다.

물론 평범한 계란말이이니 맛이 대단할 것은 없지만 밑반찬일 뿐인 계란말이에 이정도의 정성을 쏟는다는 것은 칭찬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다.



 

대다수 식당의 김치찌개가 반조리 상태로 나오는 것과는 달리 굴다리 식당의 김치찌개는 완조리된 상태로 대접에 놓인다. 덕분에 주문 즉시 상에 놓이는데 칼칼한 맛을 내는 갓 끓인 찌개 맛을 원하는 이에게는 다소 부적합할 수 있겠다.



 


이걸 집어서!


 


이렇게 먹으면 환장합니다.

하지만 완조리 상태의 김치찌개가 내는 순하고 푸근한 맛의 매력은 반조리 상태의 김치찌개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맛이다. 마치 집에서 끓여 먹는 듯한 이집 김치찌개의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도 돼지고기에서 우러난 것인데 비록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일방적으로 비계가 많지만 얼리지 않은 생고기여서 그 풍미와 치감이 훌륭하다.



 

찌개의 맛을 좌우하는 김치의 경우 적정기간만 숙성시킨다고 한다. 비록 김치만을 놓고 본다면 깊고 풍부한 맛이 묵은지에 비할 바가 못 될 테지만 굴다리 식당의 김치찌개는 돼지고기의 비계에서 우러나온 지방이 김치에 스며들면서 묵은지 못지않게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특히 순한 맛과 어우러지도록 비교적 짜지 않게 간이 잘 맞춰져 있어 만족스럽다.



 

굴다리식당의 김치찌개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은 국물이다.
역시나 돼지고기 지방과 맛좋은 김치가 육수와 어우러지면서 아주 훌륭한 맛을 내기는 하지만 달달하니 조미료의 맛이 느껴진다.

무시하고 먹어도 좋을 정도이긴 하지만 우짜든 아쉬운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이제 곁가지로(어쩌면 메인일 수도) 제육볶음 소개 들어간다.

터프하게 잘려있는 돼지고기가 눈을 압도하는 제육볶음은 돼지기름과 볶아져 내는 고춧가루의 매운 냄새를 머금고 있어 코끝마저도 압도한다.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부위를 볶아서 내놓는 제육볶음은 그 육질부터 대단하다. 물론 찌개와 마찬가지로 비계의 비율이 상당히 많지만 신선하고 품질이 좋아 신선한 비계 특유의 아삭거림이 느껴져 살코기가 부족해 아쉬운 것은 대번에 사라진다.



 

게다가 쫄깃한 껍데기 역시 훌륭한 치감에 한 몫 더하는데 분명 산지 아닌 곳에서 이보다 더 선도 좋은 돼지고기를 맛보기란 쉽지 않음을 확신한다.



 


이렇게 푸셔서


 


비벼 드시라!

고기만 훌륭한 것이 아니다.

양념 또한 칼칼하게 고기의 맛에 힘을 더 해주는데 마늘 맛이 조금 강할 뿐 별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 전체적인 제육볶음의 맛을 푸근하고 정겹게 한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양념에 꼭 밥을 비벼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문은 물론 식당 내부까지 '맛있는 햅쌀밥 제공'이라 써 붙여 놓을 만큼 굴다리 식당은 그네들이 제공하는 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누구든 맛보게 되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것이다.

물론 최고급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백반집의 묵은 쌀 공깃밥을 상기시켜본다면 전기밥솥에 지었음에도 알알이 살아있는 굴다리집 햅쌀밥의 품질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미각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혀의 고통이라 일컫는 매운맛.
헌데 요즘 기자의 미각에 1가지 감각이 더 추가된 듯하다.

친절한 맛이 바로 그것이다.
이 친절한 맛은 몹시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하면 생소금을 한줌 쥐어 입에 넣은 듯 짜게 느껴지고
모자라면 혓바닥이 따끔따끔하니 알싸하다.

반대로 적절한 균형을 갖추었을 땐 시나브로한 만족감이 사뭇 남다르다. 마치 겨울철 퇴근길, 영하의 한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집에 돌아와 따뜻한 이불 속에 손과 엉덩이를 천천히 밀어 넣은 그런 안락하고 편안한 맛처럼 말이다.

그런 요즘, 기자는 굴다리식당의 그 친절한 맛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손님 응대태도는 물론 수없이 밀려오는 추가 주문에도 상냥한 표정을 유지하는 종업원들의 친절도는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아 찾는 이의 맘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총평

기자 개인적으로는 시리즈에 소개된 식당 중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을 따름이다. 다시 먹고 싶은 김치찌개집을 가고자 한다면 주저 없이 굴다리 식당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분히 주관적이지만 이보다 더 객관적인 방법도 없는 듯하다.

물리지 않는 맛.
다시 먹고 싶은 맛.
더 줘서 그리고 상냥해서 친절한 맛.
본 기자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넘어 마력이어따.

....물론 최고는 아니다.

★★★★☆
맛도 훌륭한데 리필까지되는 햅쌀밥, 푸근한 맛이 너무나 흡족했던 김치찌개, 시골집에서 먹는 듯한 제육볶음. 기똥찬 밸런스다. 단 최고는 아니다.

푸근한 김치찌개를 찾던 이.
강한 맛이 부담스러웠던 이.
친절함과 인심이 그리운 이.
질 좋은 돼지고기를 원하는 이.


 

갓 끓인 김치찌개만을 원하는 이.
조미료 알러지가 있는 이.
묵은 쌀밥을 좋아하는 이.
비계가 부담스런 비만 여성.
그리고 남성
싸가지 없는 종업원이 좋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