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24(토)
덕(德)이 많은 산(德裕山) 남덕유 들머리 영각사,
전에는 문지기가 있었는데 보이지 않으니 어딘가 허전합니다.

봄의 길목인 요즘 덕유산은 어떤 모습으로 우릴 맞아줄지
기대를 한 아름 안고 자! 출발~~~
오름길,
하얀 눈이 아니라 낙엽이 촉촉한 눈길로 우릴 맞아 줍니다.
30분쯤 올랐을까? 막 기지개를 켠듯한 물소리가 들립니다.
이마엔 땀방울 송송~~~
세상사 대부분이 거듭하면 익숙해지고 점점 쉬워지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산은 몇 번이나 올랐지만
올 때마다 그만큼의 힘과 땀을 요구합니다.
앉은뱅이 산죽은 영각재 지나 철사다리 아래까지 따라와
우릴 배웅합니다.
어느새 하늘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마중 내려와 있습니다.
눈앞의 바위산 봉우리,
작년엔 눈옷 뒤집어쓰고 눈만 내놓고 있었는데......

하늘 오르는 빨간 철계단,
오늘은 산신께서 교통정리를 잘하셔서 소통이 원활합니다.


산줄기는 공룡처럼 요동쳐
저 멀리 아득한 향적봉으로 내달립니다.

이런 횡재가?
카메라 파인더로 남덕유산 정상석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상석께서도 막걸리를 드시는가 보네요~~~

산들이 양팔 벌려 파도타기를 합니다.
바라보노라면 없던 힘도 불끈 솟구칩니다.
남덕유산 아래서 점심,
무등산처럼 돌밥상 하나 없는 게 흠이지만
눈밭에서 대충 해결하자구요~~
그래도 빛 고운 와인 한잔에
수정과에 잣, 대추 고명까지 띄워주는 천사표 ㅇㅇ님 덕분에
점심 분위기는 왔다! 였습니다.
월성재 가는 내림길
잔설에 얼음까지...... ,
봅슬레이를 연상케하는 코스도 있어 모두들 쩔쩔 메는데
아이젠도 하지 않은 ㅇㅇ님,
바람소리 내며 디따 달립니다.
왕년의 월남 스키부대(?) 실력, 이제야 맘껏 발휘하나 봅니다.


자식들이 속을 썩였나요?
아님, 신랑이~~
나무도 때론 속이 타서 석탄백탄이 됩니다.


지나온 삿갓 봉이 저기 보입니다.
삿갓이 어떻게 생겼냐고요?
바로 저기를 보세요~~~

저긴 또 어딘가요?
우리가 내려온 바로 남덕유산 꼭두베기~~~
그럼, 저길 우리가~~
우와!!
이제, 내년에서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삿갓재 오름 길인데 위에서 내려보니 내림 길이 됩니다.
세상사도 한번쯤은 뒤집어 볼 필요가 있지요~~

한가로운 삿갓골 대피소
우린 그냥 조용히 그림만 보고 갑니다.

황점 마을로 향하는 계단,
잠시 비워두고 바라만 보았습니다.
우리네 마음도 가끔은 저렇게 비워야 할 때가 있습니다.

계곡엔 물소리 가득합니다.
저 소리에 덕유산 그늘의 빙판길까지 다 녹겠지요.

큰 나무가 작은 나무 밑으로 손(?)을 넣고 있습니다.
밀림속 불가사의한 앙코르와트 사원도 저렇게 해서......

황점마을이 가까워졌나 봅니다.
산님네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고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라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네 잎 클로버를 찾겠다고
세 잎 클로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마구 밟기도 하지요
먼 행운을 잡기위해 발아래 있는 행복까지.....
오늘 무지 행복합니다.
여러 산님은 어떠하셨나요?
한 바퀴 땀 흘려 돌고 내려온 덕유산에,
함께 해준 산님들이 있고
뜨끈한 추어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버스에 몸을 맡기니 잔잔한 추억의 노래~~~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여기에다,
느긋한 일요일까지 날 기다려 주고 있는
지금은 토요일이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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